상춘곡 정극인
현대어 풀이
서사 속세에 묻힌 분들(이여), 이내 생애가 어떠한가
옛사람들의 풍류에 미칠까 못 미칠까
이 세상에 남자 몸이 나만 한 이 많건마는
산림에 묻혀 있다고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겠는가
몇 칸 안 되는 작은 초가집을 푸른 시내 앞에 두고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곳에서 자연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구나
본사 1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향기로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마름질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기한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기운을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로다
본사 2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니 (그들과 나의) 흥인들 다르겠는가
사립문 주빈을 걸어 보고 정자에 앉아 보니
이리저리 슬슬 거닐면서 나지막이 시를 읊조리다 보니 산속의 하루가 고요한데
한가한 가운데 느끼는 참맛을 알 이 없으리라 촌자로다
본사 3 이봐 이웃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
풀 밝기는 오늘 하고 개울에서 목욕하기는 내일 하세
아침에 나물 캐고 저녁에 낚시하세
갓 발효되어 익은 술을 갈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술잔의) 수를 세어 가며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슬쩍 불어 푸른 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은 잔에 스미고 떨어진 꽃잎은 옷에 진다
솔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아뢰어라
심부름하는 아이더러 (일러) 술집에 술이 있는지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시를) 작게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곱고 깨끗한 모래 (비치는) 깨끗한 물에 잔 씻어 부어 들고
맑은 물을 굽어보니 떠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무릉도원이 가깝도다 저 산이 그것인가
본사 4 소나무 숲 사이에 난 오솔길에 진달래를 붙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
수많은 촌락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엊그제(까지만 해도) 검던 들에 봄빛이 흘러넘치는구나
결사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나에게) 어떤 벗이 있겠는가
누항에서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헛된 생각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잘 놀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한들 어떠하리
작품 분석
감상 루틴 3단계
- 화자는? '나' (‘이내 생애 어떠한고’, '나만 한 이 많건마는' 등에서 화자가 드러남).
- 상황은? 자연 속에 묻혀서 한가하게 살아감.
- 정서나 태도는?
-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며 즐거워함.
-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자부심을 느낌.
내용 해석
- 이 작품은 작가가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인 전북 태인에 은거하며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이다. '봄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노래'라는 뜻의 제목에 걸맞게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예찬한 작품이다. 서사에서는 산림에 묻혀 사는 삶에 대한 즐거움과 자부심을 드러냈고, 본사에서는 봄의 계절감을 환기하는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자연을 벗 삼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결사에서는 세속적인 욕망을 멀리하고 안빈낙도를 추구하려는 정신을 드러냈다.
핵심 정리
- 갈래: 가사
- 주제: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 속에서 즐기는 소박한 삶
- 특징:
- 계절감을 드러내는 소재를 활용함.
- 화자의 공간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 설의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함.
- 특정 대상에 화자의 감정을 이입하여 드러냄.
- 대구의 방식을 빈번하게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함.
수능 출제자의 눈
정극인의 「상춘곡」은 평가원에서 아주 빈번하게 출제한 작품이다. 2020학년도 9모평, 2014학년도 수능 A/B형, 2011학년도 수능, 2008학년도 9모평, 2002학년도 수능에 출제되었다. 더구나 EBS 연계 교재에도 꾸준히 수록되고 있다. 언제 다시 출제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작품이니 출제 포인트를 꼭 익혀 두어야 한다. 화자의 공간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한 점, '새'에 화자의 감정을 이입한 점, 대구법과 색채 이미지를 활용해 봄날의 정경을 묘사한 점 등이 작품의 주요한 특징이다.
만분가 조위
현대어 풀이
서사 하늘 위 백옥경의 열두 누각이 어디인가
오색구름 깊은 곳에 자청전이 가렸으니
구만 리나 떨어진 먼 하늘을 꿈에라도 갈 듯 말 듯 하구나
차라리 죽어서 억만 번 변화하여
님산 늦은 봄에 두견새의 넋이 되어
배꽃 가지 위에서 밤낮으로 울리라
못 올 거든 삼청동 안에 저문 하늘의 구름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 자미궁에 날아올라
옥황상제의 향안 앞 가까운 곳에 나아가 앉아
가슴속에 쌓인 한스러운 말씀을 실컷 사뢰리라
본사 1 아아 이내 몸이 세상에 늦게 태어나니
황하강의 물은 맑다마는 굴원의 환생인가 상심도 끝이 없고 가의의 넋이던가 한숨은 무슨 일인가
형강은 고향이라 십 년을 떠돌아다니니
갈매기와 벗이 되어 함께 놀자 하였더니
어르는 듯 사랑하는 듯 남다른 임을 만나
금화성 백옥당의 꿈조차 향기롭다
오색실의 길이 짧아 임의 옷을 못 지어도
바다 같은 임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으리라
백옥 같은 이내 마음 임 위하여 지키더니
한양에 어젯밤에 우서리가 섞여 치니
해 질 녘 대나무에 기대니 푸른 옷소매가 차디차구나
난초를 꺾어 쥐고 임 계신 데 바라보니
약수 가려진 데에 구름 길이 험하구나
다 썩은 닭의 얼굴 첫맛도 채 몰라서
초췌한 이 얼굴이 임을 그리워하여 이렇구나
천 층 높이의 파도 한가운데 백 척이나 되는 장대 위에 올랐더니
뜻밖의 회오리바람이 벼슬살이 중에 일어나니
억만 장이나 되는 연못에 빠져 하늘과 땅을 모르겠도다
본사 2 노나라의 싱거운 술에 한단이 무슨 죄며
진나라 사람이 취한 잔에 월나라 사람이 무슨 탓인가
성문에 난 모진 불에 옥석이 함께 타니
뜰 앞에 심은 난초가 반이나 시들었구나
저물녘 오동잎에 내리는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고향 만 리 길이 눈에 암암히 밟히는 듯
이백의 시를 고쳐 읽고 팔도의 한을 생각해 보니
화산에서 우는 새야 이별도 괴로워라
망부산 앞에 석양이 거의 다 졌도다
기다리고 바라다가 시력이 다하였던가
낙화는 말이 없고 창문이 어두우니
입 노란 새끼 새들 어미도 그리는구나
팔월의 가을바람이 띠짐을 거두니
빈 둥지에 싸인 알이 어려움을 면치 못하도다
(임과의) 이별을 한 몸에 혼자 맡아
삼천 장 백발이 하룻밤 사이에 길기도 길구나
본사 3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 처분이요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 처분이라
녹아지고 죽어져서 혼백조차 흩어지고
빈산의 해골같이 임자 없이 구르다가
곤륜산 가장 높은 봉우리에 만 장이나 되는 소나무가 되어 있어
바람비 뿌리는 소리가 임의 귀에 들리게 하거나
만 겁 동안 윤회하여 금강산의 학이 되어
일만 이천 봉에 마음껏 솟아올라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임의 귀에 들리게 하는 것도 옥황상제 처분일세
결사 1 한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상아
임의 집 창밖에 외나무 매화 되어
눈 속에 혼자 피어 베갯머리에 시드는 듯
달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그림자가 임의 옷에 비치거든
가엾은 이 얼굴을 너로구나 반기실까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 유정하여 그윽한 향을 불어 올려
고결한 이내 생애 대나무 숲에나 부치고 싶네
빈 낚싯대 비스듬히 들고 빈 배를 혼자 띄워
백구 건너 저어 건덕궁에 가고 싶어라
그래도 한 마음은 궁립에 달려 있어
연기 묻은 누더기 속에 임 향한 꿈을 깨어
한 점 한양을 한눈에 바라보고
그릇 머뭇거리든 옳게 머뭇거리든 이 몸의 탓이던가
결사 2 이 몸이 전혀 몰라 하늘의 이치가 막막하니 물을 길이 전혀 없다
복희씨 육십사래 천지 만물 생긴 뜻을 주공을 꿈에 뵈어 자세히 여쭙고 싶네
하늘이 높고 높아 말없이 높은 뜻을 구름 위에 나는 새야 너는 알지 않겠느냐
아아 이내 가슴 산이 되고 돌이 되어 어디 어디 쌓였으며
비가 되고 물이 되어 어디어디 울며 갈까
아무나 이내 뜻 알 사람이 있다면
영원토록 사귀어 놀고 영원토록 서로 동하리라
작품 분석
감상 루틴 3단계
- 화자는? '나' (<본사 1>의 '어와 이내 몸이', '백옥 같은 이내 마음' 등에서 화자가 드러남).
- 상황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과 갑자기 이별하게 됨.
- 정서나 태도는?
- 임을 몹시 그리워하며, 임이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주기를 바람.
내용 해석
- 이 작품은 작가가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전남 순천에 유배된 후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노래한 가사이다. 선대 임금인 성종을 옥황상제로, 작가 자신을 옥황상제와 이별한 후 하계에 내려온 여인으로 설정하여 옥황상제에게 억울함과 그리움을 토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배 가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정철의 「사미인곡」과 「속미인곡」, 조우인의 「자도사」 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가사
- 주제: 유배당한 억울함과 연군의 정
- 특징:
- 자연물을 활용하여 화자의 심리를 표현함.
- 다양한 고사를 활용하여 억울한 심정을 강조함.
- 구체적 수치와 과장된 표현을 활용하여 자신의 처지를 강조함.
- 임이 있는 공간을 천상계로 설정하여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함.
수능 출제자의 눈
이 작품은 2019학년도 6모평, 2015학년도 9모평 B형, 2007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작품이다. 2019학년도에는 「서경별곡」과 비교하여 감상하는 문항, 시구의 기능을 파악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2015학년도에는 표현상 특징을 파악하는 문항, 시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문항, 「속미인곡」과 비교하여 감상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2007학년도에는 화자의 심리, 표현상 특징, 시어의 기능을 파악하는 문항, 구절의 의미를 이해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이 시는 다양한 고사를 활용하고 있고, 각종 비유와 시적 장치들을 사용하여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구절이나 시어의 의미, 기능에 대해 묻는 문제가 많이 출제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작품의 전반적인 맥락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중요한 구절의 표현상 특징이나 기능, 구절에 담긴 화자의 심리 등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면양정가 송순
현대어 풀이
서사 무등산의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떨쳐 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생각을 하느라
일곱 굽이 한데 움츠려 우뚝우뚝 벌여 높은 듯
그중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선잠을 갓 깨어 머리를 얹었으니
너럭바위 위에 송죽을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 탄 청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린 듯
본사 1 옥천산, 용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올올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거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 거나
쌍용이 뒤트는 듯 긴 비단을 필친 듯
어디로 가느라고 무슨 일이 바빠서
내닫는 듯 따르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
물 좇은 모래들은 눈같이 퍼졌거든
어지러운 기러기는 무엇을 어르느라고
앉았다 내렸다 모였다 흩어졌다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쫓아다니는가
넓은 길 밖,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꽃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높은 듯 낮은 듯 끊는 듯 잇는 듯
숨거니 보이거니 가거니 머물거니
어지러운 가운데 이름난 양하여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아 우뚝이 선 것이
추월산 머리 이루고
용구산, 용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벌였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문 것도 많기도 않구나
본사 2 흰 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람이라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들 제 집을 삼아 두고
나면서 들면서 아양도 떠는구나
오르거니 내리거니 하늘로 떠나거니 광야로 건너거니
푸르락 붉으락 일으락 질으락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가마를 재촉해 타고 솔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버드나무에서 우는 꾀꼬리는 교태 겨워 하는구나
나무 사이 우거져 녹음이 질어진 때에
백 척 난간에서 긴 졸음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이야 그칠 줄 모르는가
된서리 걷힌 후의 산 빛이 수놓은 비단이로다
황문은 또 어찌 넓은 들판에 펼쳐졌는가
어부의 피리도 흥을 이기지 못해 달을 따라 부는구나
초목이 다 진 후에 강산이 (눈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얻음으로 꾸며내니
경궁요대와 옥해은산이 눈 아래 벌어졌구나
천지도 풍성하구나 간 데마다 (좋은) 경치로다
본사 3 인간 세상을 떠나와도 내 옴이 겨를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쐬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일랑 언제 춥고 고기일랑 언제 낚고
사립문일랑 누가 닫으며 진 꽃일랑 누가 쓸 것인가
아침이 부족하니 저녁이라고 싫을쏘냐
오늘이 부족하니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으랴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에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에 버릴 일이 전혀 없다
쉴 사이 없는데 (사람들에게 여기에 오는)
김이나 전하라
다만 푸른 영아주 지팡이가 다 무대 가는구나
술이 익었으니 벗이라고 없을쏘냐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게 하며
커게 하며 흔들며
온갖 소리로 취층을 재촉하니
근심이라고 있으며 시름이라고 붙었으라
누웠다가 앉았다가 굽혔다가 젖혔다가
(시골) 을었다가 휘파람을 불었다가 마음놓고 노니
천지도 넓디넓고 세월도 한가하다
결사 희환의 태평성대를 올랐는데 지금이 그때로구나
신선이 어떻든지 이 몸이 그것이로구나
강산풍월을 거느리고 내가 백 년을 다 누리면
악양루 위의 이백이 살아온들
호탕한 정과 회포가 이보다 더할쏘냐
이 몸이 이러함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작품 분석
감상 루틴 3단계
- 화자는? '나' (<본사 3>의 '내 몸이 겨를 없다'에서 화자가 드러남).
- 상황은? 산속에 면양정을 지어 놓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을 즐김.
- 정서나 태도는?
- 전원생활에 만족하는 한편 임금의 은혜에 감사함.
내용 해석
- 이 작품은 작가가 고향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와 면양정을 짓고 그곳에 머물면서 쓴 가사이다. 면양정이 위치한 제월봉의 형세를 유려하게 묘사하며, 면양정의 아름다운 모습, 면양정에서 바라본 자연의 사계절 변화, 전원에서의 풍류 생활과 호연지기를 노래하였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임금에게 감사하며 사대부로서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가사
- 주제: 면양정에서 즐기는 풍류와 임금의 은혜에 대한 감사
- 특징:
- 계절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 설의법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함.
- 영탄적 어조를 통해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강하게 표출함.
- 반복, 열거, 대구, 비유 등 다양한 수사법을 통해 대상을 묘사함.
수능 출제자의 눈
이 작품은 2010학년도 수능, 2007학년도 6모평, 2003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작품이다. 2010학년도에는 표현상 특징 파악하기, 송수권의 「지리산 뻐꾹새」와 비교하여 감상하기, '면양우주'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작품 감상하기 문항이 출제되었다. 2007학년도에는 화자의 정서 파악하기, 작품을 다른 갈래로 제작할 때 고려할 점 파악하기, 시구에 드러난 표현상 특징 파악하기 문항이, 2003학년도에는 시어의 의미 파악하기, '내 몸이 겨를 없다'와 '일월도 훈가후다'를 관련 지어 감상하기, 특정 구절에 나타난 주제 의식과 시적 화자의 정서 파악하기 문항이 출제되었다. 이 작품은 평가원뿐만 아니라 교육청에서도 자주 다루고 있고, EBS 연계 교재에도 여러 번 수록된 만큼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과 주제, 표현상의 특징 등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규원가 허난설헌
현대어 풀이
서사 엊그제만 해도 젊었는데 벌써 어찌 다 늙었는가
젊은 시절 누리던 즐거움을 생각하니 말해도 소용없다
늙어서야 서러운 알 하자 하니 목이 멘다
부모님이 놓아 기르며 몹시 고생하여 이내 몸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치의 짝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도 어진 사람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는데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하노인의 연분으로
서울에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람을 꿈같이 만나서
(시집갈) 당시의 마음을 쓰는 것이 살얼음을 디디는 듯하였다
열다섯, 열여섯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저절로 생기니
이 얼굴 이 태도로 평생을 약속하였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
봄바람 가을 물이 베올에 북 지나듯 빨리 지나가
눈같이 고운 머릿결과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은 어디 가고 보기 싫은 얼굴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니 어느 임이 날 사랑하겠느냐
스스로(도) 몹시 부끄러우니 누구를 원망하랴
본사 1 삼삼오오 다니면 기생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단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에 정처 없이 나가 있어
호사스러운 옷차림으로 어디어디에 머무는가
멀고 가까움을 모르거니 (남편의) 소식이야 더욱 알라
인연이 끊어졌다고 해도 (남편에 대한) 생각이야 없겠느냐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지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하루가 길기도 길구나 한 달이 지루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는 몇 번이나 피었다 졌는가
겨울밤 차고 찬 때에 자국눈이 섞어 치니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고
꽃과 버들이 피는 좋은 봄날에 아름다운 경치를 봐도 아무 감흥이 없다
가을 달빛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속절없이 생각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본사 2 돌이켜 풀어 생각하니 이리하여 어찌하리
청등을 (내 쪽으로) 돌려놓고 거문고를 비스듬히 안아
백련화 한 곡조를 시름마저 섞어 연주하니
소상강 밤비에 대나무 잎 소리가 섞여 나는 듯
망주석 위로 천 년 만에 찾아온 학 한 마리가 슬피 우는 듯
아름다운 손으로 타는 솜씨에 옛 소리 (남아) 있다마는
연꽃무늬 휘장 안이 적막하니 누구 귀에 들리겠는가
간장이 아홉 굽이가 되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결사 차라리 잠을 자서 꿈에서나 (임을) 보려고 하니
바람에 떨어지는 잎과 풀 속에서 우는 짐승
무슨 일로 원수처럼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 위의 견우직녀는 은하수로 막혔어도
칠월 칠석 일 년에 한 번 (서로 만날) 시기를 놓치지 않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로는 무슨 약수가 가렸길래
오거니 가거니 소식조차 끊겼는가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가신 데 바라보니
풀잎에 이슬은 맺혀 있고 저울녘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소리 더욱 서럽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 수없이 많다 하겠지만
팔자 기구한 젊은 여인으로 나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임의 탓으로 살 듯 말 듯하여라
작품 분석
감상 루틴 3단계
- 화자는? '나' (<서사>의 '이내 몸 길러 낼 제', '내 얼굴 내 보거니' 등에서 화자가 드러남).
- 상황은? 규방에서 홀로 지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림.
- 정서나 태도는?
-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리워함.
- 늙어서 홀로 지내는 자신의 기구한 신세를 한탄함.
내용 해석
- 이 작품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표출한 규방 가사이다. 일명 「원부사」라고도 한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외롭게 지내는 화자의 모습은,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서 여인들이 겪었을 고통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시에 활용된 다양한 소재와 감각적 이미지, 고사들은 화자의 한스러운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가사
- 주제: 오지 않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원망
- 특징:
- 계절감을 드러내는 시어를 활용함.
-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여 현재의 처지를 강조함.
- 자연물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 비유법, 설의법 등 다양한 표현 기법과 감각적 심상을 활용함.
- 고사를 활용하여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화자의 처지를 제시함.
수능 출제자의 눈
이 작품은 비교적 최근인 2022학년도 9모평에 출제되었고, 2001학년도 수능에도 출제되었다. 2022학년도에는 구절의 표현상 특징을 파악하는 문항, '꿈같이 만나이셔'와 '꿈에나 보려 하니'를 연결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문항, 화자가 이별에 대처하는 양상과 관련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2001학년도에는 「가시리」를 비롯한 이별가와 함께 묶여 작품의 공통점을 파악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또한 화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문항,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항도 출제되었다. 「규원가」는 제목 그대로 규방 부인의 원망과 한을 읊은 노래이다. 시적 화자가 왜 원망의 정서를 품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지 잘 파악해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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